소비자 원해도 강도 높은 '이관금지' 지침
계약은 다른 담당자로…관리 소홀 우려도

2022년 11월 17일 16: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R보험대리점에서 일하던 보험설계사 A씨는 수년전 다른 GA로 자리를 옮겼다. A씨를 통해 과거 보험에 들었던 소비자가 카드 수금 문제 등으로 관리를 제대로 못 받는 문제가 발생하자, 이전 회사였던 R사에 계약 이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자사에서 모집한 건은 타사에 넘겨줄 수 없다는 지침이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의 '계약 이관' 관련 지침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원하면 계약을 이관해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부 GA에서 강도 높게 계약 이관을 막는 사례도 엿보인다.

17일 보험사 및 GA업계에 따르면 R사는 소비자의 보험계약을 담당하던 설계사가 다른 보험사나 GA로 소속이 변경될 경우 계약자의 원 계약을 이관하지 못하도록 내부지침을 뒀다. 

같은 대리점 내에서 담당 설계사 변경을 통한 계약이관은 가능하다. 소속 설계사가 다른 GA에 이동하더라도 보험계약만큼은 묶어두려는 처사다.

통상 대다수 GA도 소속 설계사와의 위촉계약서 상에 ‘계약이관 불가’ 원칙을 두고 있다. 단, 예외적인 경우 소비자가 원하면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한다. 계약이관을 원하는 소비자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계약이관은 보험업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위촉계약이 말소되면 담당자는 계약을 관리할 권한이 없어지고, GA는 계약을 넘겨줄 의무도 없다. 때문에 GA는 민원건수가 느는 것이 부담스러워 계약 이관을 승인해주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러한 내부지침이 '고아계약'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입자로선 보험계약이 다른 설계사에게 배정된다는 안내는 받을 수 있지만, 보험소비자들이 사고 발생 시 필요한 보장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관리를 받기 어려워질 개연이 크다.

통상 보험설계사는 보험모집 완료 후에도 계약자의 여러 요청을 처리한다. 납부 자동이체 계좌를 변경해 주는 등 요청사항을 접수해 도움을 주는 게 보통이다. 청구 과정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설계사가 특정 대리점에서 근무하다 퇴사하면 해당 회사에서 모집했던 계약의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같은 회사 소속의 다른 설계사로 변경된다. 이렇다 보니 계약을 넘겨받는 보험설계사가 받는 관리 부담도 늘어난다.

이처럼 일부 보험대리점이 계약 이관 불가 지침을 명확히 하는 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계약이 이관되면 보험사로부터 받을 잔여 수수료의 30~50%가 이관받은 GA의 몫으로 돌아가는데, 현금 유동성이 중요한 GA로선 타격이 될 수 있다.

보험대리점 입장에서 설계사 이탈을 막는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소속 보험설계사는 기존 담당자의 고객 DB, 즉 가망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업셀링 영업에 큰 장점이 있다. 받을 수수료가 많은 설계사는 이직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한 보험대리점 관계자는 "대다수 GA는 다른 조직으로 옮겨간 설계사가 고객에게 계약 이관을 종용하는 경우가 있어 원칙과 예외를 두고 운영한다"며 "사실상 계약이관 지침 자체가 '그레이존'(중간지대)에 속해있다. 계약의 주체인 보험사가 아닌 GA가 지침을 엄격히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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