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회장, 선박금융부터 이동 움직임
“정책금융 떠안고 가라니” 내부 분열도
“늦을수록 손해인데…관리기업 매각 질질”

 

관리기업 정상화와 정책금융에 대한 당면 과제로 책임이 무거운 산업은행이 내부 이슈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HMM 민영화, KDB생명 매각이 여전히 안갯속이고, PF-ABCP 매입 확대 등 지원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에서도 임직원 반대가 높은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해 강석훈 회장이 강행 수순을 밟으며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사진=산업은행)

 


 ‘레고랜드發 불 꺼야 하는데’…부산행 속결 


지난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이 본사의 부산행을 둘러싸고 KDB 산은 노조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강 회장은 최근에도 이전 강행을 재차 강조하면서 입법부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은행에서는 회장 직속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산업은행은 최근 ‘부산 이전 준비단’을 발족했다. 동남권 영업력 강화방안의 전략을 짤 전략기획팀과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인프라기획팀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는 현재 선박금융 등 부서에 대한 부산행 조직개편안을 추진 중에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전 준비단이 만들어진 상태로 부산 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선박금융 조직개편안과 관련) 조직 개편을 하기 위해서 이사회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승인 전이기 때문에 확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이 부산 동남권 영업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전에 언급했다”며 “여러 가지 방안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앞서 국정감사를 통해 본사 부산 이전과 관련 적절한 시점에 국회 설득에 나서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의 본점은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을 삭제 또는 개정하는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이전을 추진했지만 노조 등 내부 반발을 불러일으켜 왔다. 현재 강 회장은 지역 균형발전을 거론하며 부산행을 강행하고 있는 반면 노동조합은 네트워크 효과 및 경쟁력 약화, 정책지원 규모 축소, 업무 비효율, 인력 유출 등 이유를 내세우며 이를 강하게 반박 중에 있다. 

선박금융 부서 이전에 대해서도 거래처 상황을 고려 안 한 방침으로 영업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라는 게 노조 측의 지적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부산지역의 영업력 강화는 허울뿐이다”며 “선박금융 주 고객인 해운사나 조선사의 본사 또는 자금 관련된 팀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부산은행의 선박금융 담당 부서는 여의도에 위치해 있으며, 해운사 HMM 본점도 같은 곳에 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부산에 있는 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팀과 일을 하는 거래처에서는 굉장히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결국 “영업하는 입장에선 고객을 찾아가야 하는 게 맞는데 고객을 오게 한다는 건 영업 강화가 아니라 약화시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PF-ABCP 매입 등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떠안는 구조에서 급할 것 없는 본점 이전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내부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PF-ABCP이나 회사채 신속 인수를 하는 데 있어 금액이 적지 않은데 증자 없이 은행 자체 자금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그런 가운데 “지방에 가라는 스탠스인 것에 대해 핵심 인력들이 많이 이탈하고 있는 상태다. 직원들이 기본적인 업무를 유지하기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고 불안과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는 산업은행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산은이 발행 회사채의 70%를 매입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단기자금시장의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PF-ABCP 사태 해결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는 정부 방침도 나왔다. 1조원+α 규모로 산업은행은 별도 매입기구를 설립해 건설사 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한다.

전문가 또한 부산 이전에 대한 결정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로,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불안정성이 커진 금융시장의 안정이 중요시 되고 있는 시점임을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의 공공기관 이전 상황에서 보면 해당 지역은 상권 발달이 제한됐고 밤이 되면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산업은행도 이전했다고 해서 지방으로의 인구 분산 효과가 제대로 나올 것 같지 않다”며 “한 번 옮기면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본점 이전과 관련 시간을 갖고 장점과 문제성을 신중히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측면에서 정책금융기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이전을 해야 하는지 짚어볼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적기 놓친 HMM …민영화는 ‘제자리걸음’


이와 함께 현재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매각과 HMM의 민영화 등 관리기업 정상화에 대한 현안에도 직면해 있다.

특히 HMM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1500선 아래로 추락하는 등 해운 운임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태로 매각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매각 시점을 실기했다. 대우조선해양도 10년을 끌다가 이번에 헐값으로 팔았는데 HMM도 최대 실적을 냈을 때 제 가격을 받고 팔았어야 산업은행이 기업을 관리한 거에 대해 명분이 있는 것”이라며 “운임지수 하락에 매출이 떨어지면 앞으로 영업 이익이 획기적으로 폭락할 텐데 산업은행이 실수했다”고 진단했다. HMM은 최근 2년간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내 민영화 최적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해상운임 내림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결국 매각 시기가 늦춰질수록 투입 자금 회수가 어려워 산업은행의 민영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따른다. 

구 회장은 “IMF 이후 지금껏 산업은행이 인수해서 관리한 기업들을 보면 전부 매각을 늦게 해 더 악화된 상황이 많았다. 그 기업들에서 회수 못 한 공적자금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며 “HMM도 마찬가지로 질질 끌면 끌수록 회수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손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에 대해 은행 측은 경제와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정부 등과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수익만 벌어들이는 기관이 아니다. 그 기업의 기초 체력을 기르고 민영화가 됐을 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해야 한다”며 또 “여러 가지 경제적인 상황과 산업의 현황 때문에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KDB생명 매각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앞서 네 차례의 시도에서 실패한 산업은행은 연내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고금리 속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해 사실상 휴업 상태에 돌입한 M&A 시장에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기획취재팀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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